"야이 쌍놈집안의 호로새끼야. 가정교육 제대로 못받은 새끼."
대머리 사장의 호통이 머리에 맴돈다.
사건인 즉 전날 점심시간.
오랜만에 회사 구내식당을 찾은 대머리 사장에게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는 인사를 하지않고
식당을 떠난 것이 원인이었다.
평소 주어진 법인카드로 외부에서 식사를 하던
대머리 사장은 왠일인지 그날따라
구내식당을 찾았다.
갑작스런 사장의 방문에
세랭게티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뜯던 초식동물들...
아니 직원들은
경직되어 벌떡 일어나
"안녕하십니까. 사장님."을 외치며
최고 상위 포식자를 맞이했다.
나 역시 그의 방문에
수저와 냅킨과 물을 그가 앉을 자리에 세팅하며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식전 "사장님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며
깍듯이 그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평화롭던 세랭게티 초원은
심심한 숫사자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밥알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고 있는지 확인도 못한채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한창 붉은 제육볶음을 게걸스럽게
퍼먹고 있는 대머리에게
다시 한 번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는 인사가
낯간지러워 그저 목례만 한채
세랭게티 초원을 벗어났다.
그런데 그 것이 대머리에게
뭔가 핀트가 나가게 했나보다.
대머리는 그 즉시 대동한 부장들을
박살내며 내 이야기를 했다.
감히 이 내가 식사를 하는 중에
인사도 없이 세랭게티를 벗어났느냐고.
본래 정상적인 '사장의 그릇'이라하면
여기서 끝나겠지만.
그의 두발 상태 만큼이나 정상적이지 못한 대머리는
하루가 지나서
그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던
불쌍한 가젤에게 다시금 으르렁하며 발톱을 세웠다.
"육군 장교라는 새끼가 군대에선 뭘 배웠나?"
"가정가정 교육 못받은 새끼."
...놀랍게도 1970년도 박통시절도 아닌
2018년 오늘날의 이야기다.
서울 모 운수회사에서 재직 중이던 때의
슬픈 기억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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